인류 최초의 나라 환국
인류의 시초는 누구인가?
사람은 어느 종교를 믿든지,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지 누구나 인류의 시초에 대한 호기심과 의문을 안고 살아간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루시
고고학에 의하면, 최초의 인류는 ‘루시’라 이름 붙인 화석인류의 발견으로 밝혀진 약 35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이다. 그 후 불을 사용할 줄 알고, 사냥을 하며, 사회를 이루어 서로를 보살핀 ‘직립인(호모 에렉투스)’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우리가 인간다운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처음으로 가진 존재였다. 그 다음으로 출현한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이라고도 불리는 ‘슬기 인간(호모 사피엔스)’①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언어를 사용하였고, 처음으로 배를 만들어 건널 줄도 알았다.
그러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5만 년 전에 오늘날의 인류인 ‘슬기 슬기 인간’(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이 나타나 지구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프랑스 아키텐주의 크로마뇽 동굴에서 맨 처음 발견되어 크로마뇽인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이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이다.
현생 인류의 아버지 어머니, ‘나반’과 ‘아만’
동양의 ‘우주1년 선후천 개벽론’에 의하면 인간은 우주1년을 한 주기로 하여 출현하고 소멸한다. 다시 말해서 약 13 만 년을 주기로 순환하는 우주1년에서 인간은 우주년의 봄에 태어나 여름, 가을동안 번성하다 우주년의 겨울, 즉 빙하기에 멸절한다. 때문에 크로마뇽인 이전의 인간은 지나간 우주년의 인간이고, 크로마뇽인으로부터 시작된 현생 인류는 약 5만 년 전 이번 우주년의 봄개벽 때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면 <환단고기>는 오늘날 인류의 창세 사건에 대해 어떻게 전하고 있는가? 이에 따르면 현 인류의 역사는 나반那般과 아만阿曼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②, 두 분은 북극수北極水의 조화로 생겨났다. 북극수는 천도의 변화 운동이 시작되는 북극에서 생겨난 생명 창조의 물이다. 삼신의 조화 손길로 북극수가 인간을 낳는 생명의 씨가 되어 인류의 첫 조상을 낳은 것이다 .(태백일사)
북극수는 다름 아닌 ‘인류 탄생의 바다’라 불리는 바이칼호③를 가리킨다. 바이칼호는 주위로부터 360여개의 물줄기가 흘러 들어와 생겼으며, 물의 성분이 어머니의 양수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는 바이칼호가 인간을 탄생시킨 지구의 자궁이기 때문이다. 북극수의 조화로 생겨난 두 분은 꿈에 삼신상제님의 가르침을 받고 스스로 혼례를 올려 인류의 어버이가 되었다.
그런데 알타이 산맥과 바이칼호 주변에서 2만5천 ~ 4만5천 년 전에 인간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되었다. <환단고기>의 기록에 비추어, 그것은 나반과 아만의 후손시 살았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오환건국吾桓建國이 최고最古라
이번 우주년의 봄이 시작되고도 계속 남아 있던 얼음 층이 약 1만1천 년 전에 북쪽으로 완전히 물러가면서 오늘날과 같이 따뜻한 기후가 되었다. ④ 이를 기점으로 인류가 다시 번성하기 시작하여 약 9천 년 전에 형성된 최초의 문명 집단이 바로 ‘환족桓族’이다. 환족은 나반과 아만의 후손으로, 모두 아홉 종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삼성기 하>
환족은 중앙아시아의 천산(일명 파내류산)⑤을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국가인 환국을 세웠다. 현 인류가 처음 화생한 곳은 바이칼호였지만, 첫 문명을 일군 곳은 그 보다 아래쪽의 중앙아시아 동쪽 지였이었다. 환국은 천산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가 그 영토가 동서 2만리, 남북 5만 리에 달하였다. 중앙아시아에서 시베리아, 만주에 이르는 방대한 영역이었다. BCE 7000년 경 천산을 터전으로 한 ‘우리 환족의 날 세움(吾桓建國)’, 이것을 <삼성기 상>에서 현 인류의 건국사에서 ‘가장 오래된(最古)’ 사건이라 선언한다.
인류의 첫 나라 이름이 왜 환국이었을까?
그런데 인류의 첫 나라 이름이 왜 환국이었을까? 환국의 환은 ‘밝을 환桓’ 자로 광명을 상징한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환하게 빛나는 광명’, 천광명天光明을 상징한다. 환국 사람들은 태양을 광명이 모이고 삼신이 머무는 곳으로 여겼다. 광명은 곧 삼신상제님의 신성과 지혜를 상징한다.⑥ 이로 볼 때, 환국은 다름 아닌 ‘천상의 삼신상제님의 나라가 인간 세상에 이식된 첫 나라’이다.
환은 단지 나라 이름으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를 ‘환’이라 불렀다. 당시의 인간은 삼신상제님의 신성을 그대로 발현하며 천지와 같이 환하게 빛나는 존재들이었다.
환국의 초대 환인, 안파견
그리고 그 모든 환을 다스리는 사람을 인仁⑦이라 불렀다. 그가 곧 환국의 통치자 환인桓仁이다. ‘어질 인仁’을 써서 환인이라 부른 것은 사람을 구제하고 세상을 다스림에 있어 반드시 어진 마음으로 하였기 때문이었다.⑧ 당시 환인은 오가五加 부족장 중에서 백성들의 추대를 받아 선출되었다. 이는 9환족이 모두 대동단결하여 한마음이 되게 하기 위함이었다. 환인은 정성과 믿음, 공경과 근면, 효도와 순종, 청렴과 화평, 이른바 오훈五訓의 가르침으로 백성을 다스렸다.
환국의 초대 환인은 안파견安巴堅 환인천제였다. 안파견은 “하늘을 계승하여 부권父權을 세운다(<태백일사> 삼신오제본기)”는 뜻으로 ‘아버지’를 뜻한다. 안파견환인 이후 환국은 7세 환인천제까지 계승되었으며 총 3,301년(BCE7197 ~ BCE3897) 동안 존속하였다.
(각주)
① 슬기 인간(호모 사피엔스) : 인류는 진화의 과정에서 뇌 용량이 꾸준히 증가되어 왔다. 이것을 영국의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언느 '밈meme이라는 복제자의 복제 요구에 따른 진화 결과' 라고 한다. '밈'은 그리스어의 '모방(mimeme)'과 영어의 '유전자(gene)' 를 조합하여 리처드 도킨스가 만든 말이다. 밈은 어떤 문화 속에 담긴 생각이 한 사람의 뇌 속에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그 사람의 뇌에도 같은 생각이나 문화적 요소로 복제되는 단위를 말한다(수전 블랙모어 저, 김명남 옮김 <밈>, 2010, 바다출판사)
② 나반과 아만 : 나반과 아만을 언어학자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란 말의 어원으로 간주한다. 이두 말이 각지로 전해져, '아빠와 엄마'(수메르어0, '아바와 이마'(히브리어0, '파더와 마더'(영어) 등으로 변화되었다.
③ 바이칼호 : 바이칼의 '바이'는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샤먼을 뜻하고, '칼'은 넓은 계곡과 호수를 가리킨다.
④ KBS 1TV, 바다 대개행 4편, <바다의 동맥, 해류>, 2001. 8. 5
⑤ 천산(파내류산) : 환국이 세워진 곳을 <삼성기 하>는 '파내류산'으로, <태백일사>는 <조대기>를 인용한 '천산'과 <삼성밀기>를 인용한 '파내류산'으로 말한다. 이에 천산과 파내류산을 동일한 곳으로 본다. 천산은 <산해경>의 기록을 근거로 천산산맥의 천산(신강 위구르자치구의 우루무치시 지역)으로 비정한다.
⑥ 환국 사람들은 태양를 삼신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 아침이면 동산東山에 올라 해를 향해 절하고, 저녁이면 서천西川으로 달려가 달을 향해 절하였다.(태백일사)
⑦ 인仁 : 약 6천 년 전 환국에서 이동해 간 중동지방의 수메르에서도 최고 통치자에게 '인En' 이란 호칭을 사용하였다. 수메르어의 인En과 한국어의 인(仁)은 그 음에 있어서나 의미에 있어서 상통한다. (<인류문명의 기원과 한> 314~323쪽)
⑧ 이암은 <단군세기> 서문에서 환인천제를 '만물에게 삼신의 광명과 덕을 베풀며 함께 즐거워하였던, 인류의 가장 근원이 되는 조상(主祖)'이며 '감정(感)과 호흡(息)과 만물과의 접촉(觸)이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한결같으셨던 선선의 위대한 조상'이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