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를 통해 알아낸 우리가 몰랐던 우리나라의 미스터리 역사
류크
2009-05-20 16:49:39 │ 조회 1252

하늘의 별자리는 주기성을 가지고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늘의 별자리 모양은 항상 달라지게 되어 있다. 서구의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천문학을 전공한 사람들과 함께 유물의 성격과 시대를 찾아가는 노력을 하여 왔다. 예를 들어 별자리의 움직임을 근거로 쿠푸 왕의 피라미드가 오리온성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는 사실을 규명함으로서 쿠푸왕의 피라미드의 정확한 축조 년도를 사료와 비교해서 확인하기도 하였다.  

 


천체의 운동에는 시간적 규칙성이 있다. 따라서 컴퓨터 역추적으로 사료 상의 천문 현상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여부와 관측 지점 등을 정확히 밝혀낼 수 있고, 나아가 해당 사료의 진위도 가릴 수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중국과 더불어 2,000여년 전부터 천문 현상을 관측, 기록해온 세계 최고의 ‘천문 왕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인 박창범 교수가 지은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에서 천문학적 관찰자료를 토대로 우리 유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사료로서의 사실적 가치를 규명한 좋은 책이 발간되었다.


‘하늘에 새긴 우리역사’는 서울대 천문학과 박창범(42) 교수가 1993년부터 10년 동안 전통시대 천문학 연구에 정력을 바친 결과물이다.  

 


천문학을 역사와 결합한 이 작업은 높은 신빙성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그가 프린스턴대에서 우주론 분야의 연구로 학위를 받고, 캐나다 토론토대의 이론천체물리연구소 객원교수로 일했다는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저자는 국내 역사학계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그간 존재하지 않다시피한 고천문학(古天文學)과 천문역사학이란 영역을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는 성실함도 높이 사야 하겠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천문기록에 담긴 한국사의 수수께끼를 천문학자다운 탐구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한국사의 가장 큰 논쟁이라 할 수 있는 단군조선의 사실성 여부를 천문학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박창범 교수는 우선 해와 달, 행성, 별들의 운동을 계산하고 시각화할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사서로 인정 받지는 못하지만 고조선의 역사가 꼼꼼히 정리된 ‘단기고사’
(檀奇古史)와 ‘환단고기(桓檀古記)’의 ‘단군세기’편을 뒤져 다양한 천문ㆍ자연 현상 기록을 찾아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금성 목성 토성 수성 화성 등 다섯 행성이 하늘 한 곳에 모이는 '오행성 결집 현상'이다. 250년에 한 번 꼴로 일어나는 희귀 현상이어서 진위 확인이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분석 결과, 기록보다 1년 늦은 기원전 1733년에 실제 이 현상이 일어났음이 확인됐다. 옛날 기록을 꾸몄다 해도 불과 1년 차로 근접할 확률은 0.007. 조작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이 결과를 발표, 정통 사학계에 파문을 던졌다. 그는 “천문 현상에 관한 한 사실을 담고 있는 만큼 이들 사서를 마냥 무시할 것이 아니라 내용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단군조선의 실존여부’ ‘삼국사기 초기기록의 신뢰성’ ‘삼국의 강역’ 등은 한국고대사에서 쉽게 풀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이나 ‘일본서기’ 등 중국·일본 역사서를 신봉한 나머지 우리 것(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은 ‘거짓말’ ‘과장’으로 치부해버리는 학자들의 뿌리가 워낙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대의 자연현상 기록을 천문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면 정말로 너무나 쉽게 역사의 진실을 가다듬을 수 있다. 천체의 운동, 기상학·지질학적인 현상을 역추적하면 거짓인지 진실인지를 금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700년-900년 초 사이의 일식에 대한 기록을 검토하여 보면 〈삼국사기〉기록의 정확도는 90%정도이고, 중국의 것은 77%정도이며, 일본의 것은 35% 정도라고 한다. 만일 〈삼국사기〉가 중국의 것을 옮겨 적었다고 한다면 중국보다 정확한 기록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삼국사기〉에 나타난 천문과 기상변화의 기록들을 보면 고구려조의 기록은 현재 만주 위쪽과 몽고 쪽에서 관찰이 가능한 것이고, 백제의 것은 모두 발해만 근처의 요동지방에서 관찰된 자료라는 점이다. 또한 신라의 기록 중에서 201년 이전의 기록은 양자강 유역에서만 관찰이 가능한 자료이라는 점이다. 반면에 신라 하대의 기록은 정확하게 한반도 남부에서 관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다.  

 


특히 백제의 자료는 최근 백제가 중국의 일부를 통치하고 있었다는 사학계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온 우리나라 역사는 고구려나 백제의 영역은 한사군을 몰아내고 확장된 것이다. 이 별자리를 관찰한 위치를 보면 한사군의 위치가 한반도 내부가 아닌 것으로도 추정된다. 따라서 예전 단국대학의 윤내현 교수가 주장하였던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없었다'는 설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백제는 한반도와 요동 두 곳에 자신의 영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과 한반도에서는 하늘에 대한 관찰이 오래 전부터 이루어져 왔다고 한다. 특히 별의 움직임에 대한 관찰은 기본적으로 제왕의 통치와 관계가 있다는 생각아래 꾸준한 관찰이 이루어져왔다. 따라서 별을 관찰하는 위치는 수도 부근이어야 당연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 책에 기술된 내용은 우리의 상식의 기본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앞으로 이것을 해석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단군고기(檀君古記)의 기록에 대한 연구도 있다. 많은 자료가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단군고기의 몇 가지의 내용만으로도 고조선의 실재할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하였다. 요사이 발간된 고조선에 관련된 고기(古記)들이 위작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조선 대한 저자의 해석은 고기(古記)에 대한 재해석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조선 초에 만들어진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국보 228호)에 쓰여져 있는 권근의 발문에 대한 연구결과도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권근의 글에는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일부를 보정하였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간 학계에서는 특히 고구려의 천문도가 조선 조 초기까지 있었다는 부분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한다. 영국 학자는 천문도를 중국에서 보낸 것이라고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별자리의 검토 결과 서기 1세기경 고구려시대의 별자리그림(관측지점 : 위도 39°-40°)에 북극성주변을 보정하여 만든 것을 밝혀내었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의 규명뿐만 아니라 우리의 유구한 기록문화에 대하여 매우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 나라만큼 천문의 기록을 풍부하게 남긴 민족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조차도 천문에 관련된 기록이 매우 산만하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이르는 천문의 기록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높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천문학적인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주기성을 파악하는데 매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흑점이 1611년 갈릴레오에 의하여 처음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후의 관찰에 의하여 흑점의 주기가 11년이라는 것을 1843년에 밝혀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장기적인 관찰에 의한 장주기의 기록으로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하면서,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고려시대부터 꾸준히 흑점과 흑점에 의한 오로라의 영향에 대한 기록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바탕으로 다시 연구하면 장주기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고려시대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흑점의 주기가 이미 11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나라의 천문자료의 가치는 값을 평가할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들이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있음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고인돌의 절반을 보유한 ‘고인돌 왕국’이다. 박 교수는 96년 북한의 고인돌 별자리 확인 보도를 접한 뒤 고인돌 연구에 몰두, 78년 발굴된 충북 청원군 문의면 아득이 마을 고인돌의 부장품 갈돌판에 새겨진 크고 작은 홈들이 천문도임을 밝혀냈다. 우리 천문학의 시원이 청동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증거다.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천문역사학의 자료라는 것에 있지 않다. 저자는 천문의 기록을 통하여 우리의 선조의 자연과 우주관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풍부한 천체의 자료를 남겨놓은 선조의 지혜를 어느 순간 헌신짝 버리듯 팽개쳐 버린 우리 자신들에 대하여 경종을 울리고 있다.


천문기록으로 본 우리역사는 일식기록을 기초로 쓰여졌다. 일식기록은 과학적 증거고, 따라서 나머지 문헌기록에 우선하는 절대적 가치를 가진다. 과학적증거가 문헌기록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왜곡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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